오 수정 (오! 수정) 장르 :드라마 감독 : 홍상수 제작 : 미라신코리아 각본 : 홍상수 촬영 : 최영택 음악 : 옥길성 주연 : 문성근, 이은주, 정보석 등급 : 18세 이상 타겟 : 고급스런, 고집스런 홍상수의 힘 상영시간 : 127분 제작년도 : 2000년 개봉일 : 2000년 05월 27일 비디오출시일 : 2000년 08월 14일 국가 : 한국 요약정보: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과 <강원도의 힘> 단 두편으로 국제적인 감독이 되어버린 홍상수 감독의 신작. 우리는 전혀 뜻밖에 그간의 홍상 감독 및 출연 감독: 홍상수 출연: 이은주 1, 정보석, 문성근 이황의, 김영대, 박미현, 채용병, 박근표, 채병수, 정청, 조원희, 정호붕, 조련, 송미정, 구경은, 이예원, 이예린, 문홍식, 김소정, 임경미, 정유민, 왕유선, 진경, 남경희, 김경만, 조문의, 이성진, 고지영, 조은혜, 윤희선, 최성숙, 현남철, 이애자 <특별출연> 한명구, 김선경 2 영화 해설 두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서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주목받는 홍상수 감독의 세 번째 작품. 총 5부로 구성되어있는 이 작품의 속제목은 1부 '하루 종일 기다리다', 2부 '어쩌면 우연', 3부 '공중에 매달린 케이블카', 4부 '어쩌면 의도', 5부 '어쨌든 짝만 찾으면 만사쾌조'로 되어있다. 1, 2부는 처음 여자를 만났을 때부터 운명적 느낌을 가진 남자의 시선에 의해 이야기가 진행되고, 3, 4부는 여자의 기억을 통해 한 타인에게 매혹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다가 5부에선 서로 성향의 차이와 각자의 결함을 이겨내고 서로를 확신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완결된다. 눈내린 겨울을 배경으로 낯선 남녀가 서로의 존재를 인지해가는 과정이 단순하고도 간결한 흑백화면으로 표현된다. TV드라마 <카이스트>로 스타덤에 오른 이은주가 수정 역을, 그녀를 둘러싼 두 남자 역을 정보석과 출연을 자청한 문성근이 맡는다. 99년 12월 9일 크랭크인 하여,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처음 소개되었다. 53회 깐느국제 영화제 공식부문 '주목할만한 시선' 초청. 제13회 도쿄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과 아시아영화위원회에서 주는 특별언급을 받았다. written by Hong, Sung-jin 영화 내용 케이블 TV 구성작가인 수정(이은주 분)은 같은 프로그램 담당 PD인 영수(문성근 분)와 가까운 사이이다. 영수는 독립영화제작 방식으로 영화를 제작하는데 도움을 받고자 부자인 후배 재훈(정보석 분)의 미술전을 수정과 함께 찾아간다. 재훈은 처츰 본 수정에게 관심을 보인다. 그리고 계속적으로 수정에게 호의를 베풀고 진지하게 사귀고 싶다고 고백한다. 한심하고 무능력한 영수의 모습에 실망한 수정은 재훈에게로 마음을 돌렸는지 술 마실 때만 애인이 되겠다고 제안한다. 둘 사이는 점점 가까워지고 섹스를 시도하는 순간 재훈은 수정이 처녀임을 알고 감격한다. 수정을 둘러싸고 어색해진 재훈과 영수는 친구의 생일집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자신에 대해 불만이 많은 영수는 술에 취해 수정에게 주정을 부린다. 재훈은 그런 영수를 두둔하는 수정에게 영수와 무슨 관계냐고 물으며 수정을 향한 자신의 사랑이 얼마나 각별한지를 말한다. "내가 결혼을 마음먹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그렇게 힘든데 뭣하러 만나요, 우리 그만 만나요" 그런 수정의 반응이 재훈을 안타깝고 초조하게 만든다. 화해를 하기 위해 재훈은 수정을 찾아간다. 자신을 만나기 위해 어렵게 찾아온 재훈을 발견한 수정은 그의 순수한 태도에 감동하고 그들은 두번째 섹스를 시도한다. 그러나 이번에도 수정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재훈은 호텔에서 함께 만날 것을 어렵게 제안한다. 재훈은 호텔에서 수정을 애타게 기다리고, 수정은 거리를 배회하며 호텔로 가야할지 힘겨운 고민을 한다. 시놉시스 한 여자가 두 명의 남자 사이에서 누구에게 사랑을 줄 것인지 망설이는 이야기. 케이블 텔레비전의 구성작가인 '수정'과 직장동료 이상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프로듀서 '영수', 화랑을 경영하는 '재훈', 이들이 서울을 맴돌면서 일어나는 시시콜콜한 일상과 특별할 것 없는 만남의 순간들로 채워진 영화. 섬뜩할 정도로 디테일한 흑백의 프레인 안에 담긴 인물들의 몸짓과 함께 언뜻언뜻 드러나는 서울의 풍경들을 만날 수 있다. 리뷰 은근히 웃기는, 은근히 야한, 여전히 굉장한.... 차원이 다르지만 죠지 루카스의 다음 작품(그래봤자 스타워즈겠지만)이나 왕가위 감독의 다음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영화관계자(극장흥행업자, 영화제 관계자, 영화잡지 편집장)뿐만 아니라 일반 영화팬들까지 엄청난 관심을 갖는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이처럼 한 감독의 차기 작품에 대해 대단한 애정과 기대를 갖고 기다리는 경우가 생겨났다. 이런 경우는 일반 스타 배우와는 달리 그 감독의 작품 세계에 충분히 매료되었고, 그 사람의 다음 작품이 한국영화 발전에 큰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라는 확실한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영화는 영화제 매카니즘에 의해 만들어지자말자, 혹은 채 완성되기도 전에, 국내외 영화제에 출품되어진다. 그리고, 영화제에서 이런저런 상을 타고 국내극장에서 상영되는데 이러한 흥겨운 분위기는 영화흥행에 있어 은연 중의 도움이 되며, 다음 작품 제작의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바로 '홍상수' 감독이 그러하다. 그가 만든 영화는 단지 두 편뿐이었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과 <강원도의 힘>이다. 물론 이 두 작품은 감히 언급할 수는 없지만, 형편없는 극장스코어를 기록했다. 물론, 이런 아트 계열 영화를 <쉬리>나 <러브레터> 같은 영화와 같이 취급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러한 홍상수 감독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작품적 매력에 덧붙여 대단한 대중적 마력을 지니고 있다. 100% 흑백으로 촬영한다고 발표했을 때는 그 누구도 이 영화가 지루하고, 조용하고, 단조로운, 일상의 편린을 흑백으로 엮을 것이라고만 생각했지, 그것이 이렇게나 재미있고, 이렇게나 아기자기한 영화가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바로 그 점에서 이 영화는 상당히 똑똑하고 스마트한 영화인 셈이다. 우선 홍상수 감독의 연출 스타일은 영화평론가나 영화기자들의 기대를 조금씩 망가뜨려가며 자신의 영상세계를 엮어나간다. 분명 테렌스 멜릭 감독처럼 영화의 본 줄거리와는 하등 상관이 없을 듯한 자연의 한가로운 모습을 엉뚱하게 잡아내는 그의 스타일은 여전하다. 그러나, 캐럭터의 '다음' 대사는, 배우의 '다음' 연기만큼이나 엉뚱하다. 정보석이 연기하는 김재훈이라는 캐럭터는 배창호 감독의 <기쁜우리 젊은날>에서의 안성기가 연기했던 '영민' 이래 최고의 로맨티스트의 전형을 보여준다. 하지만, 역시 홍상수영화답게 김재훈의 섹스는 심각하고, 진지하며, 인간적이다. 영화는 너무나 간단하다. 영화가 완성되기 훨씬 전에 알려진 시놉시스만 보아도, 이 영화는 전혀 새롭지도 전혀 신선하지도 않은 2남 1녀의 삼각관계를 다룬 통속드라마일 뿐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홍상수 감독 영화가 언제 새로왔고, 언제 신선한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는가. 너무나 일상적이라서 '그만' 망각하고마는 그러한 삶들을 그리지 않았던가. 이 영화에서는 그러한 관계가 '오히려' 특별하다. 방송국 PD와 구성작가의 그렇고 그런 관계나, 겉으로는 순진한 처녀의 그렇고 그런 집안 사정이나, 술 마시고 벌이는 그렇고 그런 스캔들쯤은 누구에게나 있음직한, 있었던 이야기 아닌가. 그것을 얼마나 솔직하게 아니면 얼마나 감각적으로 그리는 것인가가 문제일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런 면에서 보면 상당히 야하고, 진지한 드라마이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시간과 공간의 개념으로 보아왔다면, 이 영화는 굳이 기억의 개념으로 보아야한다고 주문한다. 이러한 수용자의 인식문제, 타자의 시선은 많은 영화에서 사용된 수법이다. <라쇼몽>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지극히 개인적인 삶이 자신의 수용범위 내에서만 기억되고, 되새김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양수정(이은주), 김재훈(정보석), 권영수(문성근)이 모두 각자의 삶을 살아가며, 서로가 부대끼며, 일을 펼쳐나간다. 남자와 여자는 만나게 되고, 술을 마시고, 대화를 나눈다. 그러다가 호텔에 가고, 키스를 하고, 섹스 등을 한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각자가 마신 술과 나눈 대화, 키스와 섹스의 기억을 다르게 갖고 있다. '왜 그럴까?' 그것은 바로 인간의 소유욕만큼이나 강력한 자의식 때문일 것이다. 스물 처녀는 자신의 처녀성을 기억받고 싶어하고, 못난 PD선생은 자신의 명예만은 간직하고 싶은 것이다. 아슬아슬하게 양다리를 걸친 남자는 자신의 순수함을 인정받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한 욕망과 희망사항은 영화를 더욱 재미있고 몰입하게 만든다. 영화가 굳이 챕터가 나뉘고 각자의 기억에 따라 재구성되었다는 것을 알아두면, 영화를 보며 매 장면이 조금씩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모두가 자신이 현재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기억한다. 수정이 들고 있던 장갑에 얽힌 각자의 기억은 엄청나다. 그것은 호텔에서의 기억-섹스를 했는지 안했는지-보다 더 현실적이다. 정보석. <걸어서 하늘까지>에서 그 양아치 소매치기를 기억한다면 오랜만에 컴백한 이 영화에서 그 당시의 샤프한 매력을 다시 발견하게될 것이다. 돈 많은 집안에서 '존경한다는' 형의 그늘에서 어눌하게 살아가던 그가 수정을 만나게 되면서 자신은 이제 한 명의 남자로, 신사로, 혹은 '사람'으로 거듭나게 되는 과정을 너무나 리얼하고 너무나 매력적으로 연기해낸다. 홍상수 감독의 철저한 각본에 따라 그의 어눌한 대사는 때로는 격정적이며, 때로는 절망적이다. "스푼이에요." "포크에요."라고 말하는 장면, 그리고, 수정과 섹스하다 너무나 흥분하여 그만 "정아"라고 부르짖는 장면에서의 부조화는 관객 모두에게 긴장 끝의 웃음을 선사한다. 문성근. 시사회 이후 누군가가 문성근에게 나눈 덕담에는 이런 것이 있었다. "문성근은 영화는 안 찍고 술만 마신 것 같다"고. 사실 문성근은 열심히 술 마시고 연기한다. 그것은 그가 맡은 역할이 너무나 '인간적'으로 술 마시게 하는 캐럭터였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그의 가족이 단 한 차례 등장한다. 그는 딸에게 뽀뽀하며 가장으로서의 권위와 프로덕션 PD로서의 명예를 지키러한다. 그리고, 수정과 섹스하고 싶어한다. 그것은 중년의 그가 가지고 있는 가장 강한 삶의 의욕들일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힘들게 유지되는지는 흑백화면에 철철 넘치게 나타난다. 그의 연기는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또하나의 힘이 된다. 이은주는 <송어>와 인터넷 영화 <예카>에 나왔던 배우이다. 그가 맡은 역할은 이 영화의 제목으로 뽑을만큼 중요했고, 이 리뷰의 마지막을 장식할 만큼 아름다웠다. 너무나 강한 인생의 무게를 가진 두 남자 틈바구니에서 자신의 무거운 삶마저 적절히 녹인 수정의 연기는 근래 가장 어린 배우의 가장 훌륭한 연기를 보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영화는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고, 깐느에 초청되었으며, 5월 27일 국내개봉예정이다.